지난달에 받은 배너 하나. 이번 주 프로모션에 가격만 바꿔서 다시 돌리면 딱인데, 손에 있는 건 JPG 한 장입니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 물었죠.
납품 다음 날, 흔한 대화
이런 답을 받으면 머릿속이 두 갈래로 갈립니다. 돈 주고 만든 건데 왜 안 주지 싶은 마음이 하나, 원래 안 주는 게 맞는 건가 싶은 마음이 하나.
원본 파일을 안 준다는데, 정상인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본 파일을 주지 않는 것 자체는 업계에서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게 곧 부당한 처사인 것도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인도 여부를 정하지 않은 채로 일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원본 파일은 완성본에 딸려 오는 부속물이 아니라 견적 범위에 들어가는 항목입니다. 디자이너 쪽에서 보면 원본을 넘긴다는 건 결과물 한 장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계속 찍어 낼 수 있는 도구를 넘기는 일이거든요. 원본 포함 여부에 따라 견적이 달라지는 게 그래서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니 답은 요청할 때 못 박아 두는 쪽에 있습니다. 따져서 받아내는 쪽이 아니고요. 플로우웍스만 봐도 업무 요청서에 받을 원본 파일 형태를 적는 칸이 따로 있고, 실제로 7,934건의 업무에 이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왜 원본을 꺼릴까
여기서 디자이너를 인색한 사람으로 몰아 버리면 대화가 더 안 풀립니다.
첫째, 자기 이름이 남습니다
원본이 넘어간 뒤 사내에서 문구를 얹고 요소를 밀어 넣다 보면 처음 톤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여전히 그 디자이너가 만든 것으로 남습니다. 포트폴리오에 올리기 애매해지는 거죠.
둘째, 라이선스가 같이 나갑니다
작업물에 유료 폰트나 유료 스톡 이미지가 들어갔다면 원본 파일에는 그 소스가 그대로 담겨 나갑니다. 완성 이미지를 쓰는 것과 소스 자체를 넘기는 것은 라이선스에서 다르게 취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이너가 산 폰트를 고객사가 이어서 쓸 권리까지 따라가지는 않고요.
셋째, 다음 일감이 사라집니다
원본이 있으면 이후 파생물은 사내에서 만들면 됩니다. 상세페이지 한 건 값으로 시즌 내내 쓸 소재가 나오는 셈이죠. 프리랜서에게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우리는 원본이 정말 필요한가
원본을 못 받아서 억울한 것과 원본이 실제로 필요한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받아 놓고 한 번도 열지 않는 경우도 꽤 많고요. 아래 기준으로 먼저 판단해 보세요.
- 문구·가격·기간이 자주 바뀌는 배너와 광고 소재
- 같은 디자인을 여러 사이즈로 파생해야 할 때
- 담당자가 바뀌거나 대행사를 갈아탈 가능성이 있을 때
- 로고·키비주얼처럼 브랜드 자산으로 오래 쓸 결과물
- 한 번 쓰고 내리는 일회성 소재
- 다음 시즌에는 어차피 새로 만들 캠페인 소재
- 같은 디자이너에게 계속 맡길 예정인 작업
- 사내에 그 툴을 다룰 사람이 없는 경우
같은 디자이너에게 계속 맡기는 방식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플로우웍스에서 진행된 업무의 매칭 방식을 보면 고객이 디자이너를 직접 지정한 건이 6,825건입니다. 한 번 손발이 맞은 사람에게 다시 맡기면 원본이 없어도 유지보수는 굴러갑니다. 그 디자이너가 원본을 갖고 있으니까요.
원본을 받아도 못 여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본 주세요”라고 써서 파일을 받았는데 정작 수정이 안 되는 상황도 자주 생깁니다. 파일은 왔는데 열어 보니 손댈 게 없는 거죠. 요청서를 쓰기 전에 아래를 한 번 훑어보세요.
원본 파일 인수 체크리스트
폰트가 아웃라인 처리되어 있지 않은가
텍스트가 도형으로 바뀌면 문구 수정이 안 됩니다.
쓰인 유료 폰트를 우리도 쓸 수 있는가
파일에 들어 있는 것과 우리에게 쓸 권리가 있는 것은 다릅니다.
스톡 이미지 라이선스가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재편집과 재배포 범위를 확인하세요.
링크된 이미지가 함께 왔는가
AI 파일은 이미지를 포함시켜 저장하지 않으면 링크가 깨진 채 열립니다.
레이어가 병합되어 있지 않은가
한 장으로 합쳐진 PSD는 JPG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피그마는 어떤 형태로 받는가
뷰 권한, 편집 권한, 파일 복제본, 소유권 이전이 전부 다릅니다.
우리 쪽 툴 버전에서 열리는가
상위 버전에서 저장한 파일은 하위 버전에서 안 열리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요청서에 쓸 문장은 “원본 파일 주세요”가 아닙니다. “수정 가능한 상태의 원본 파일을 주세요”에 가깝습니다. 어떤 포맷으로 어떤 상태로 받을지까지 적어야 나중에 다시 연락할 일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답은 요청 단계에 있습니다
납품 시점에 이 얘기가 나오면 이미 늦습니다. 작업이 끝난 뒤에는 원본 인도가 추가 요구가 되어 버리니까요. 반대로 요청 시점에 조건으로 걸어 두면 그건 견적에 반영되는 항목이 됩니다.
업무 요청서에 지정된 ‘원본 파일 형태’
플로우웍스 실제 업무 7,934건 기준
PSD
포토샵
AI
일러스트레이터
FIG
피그마
PPT
파워포인트
INDD
인디자인
XD
어도비 XD
SKETCH
스케치
* 위 7종 외 소수의 기타 포맷이 있어 합계는 전체 7,934건과 소폭 차이가 납니다.
조건이 요청서 안에 들어가 있으면 디자이너는 그걸 보고 업무를 받을지 결정합니다. 플로우웍스에는 업무 단위 전자 동의서 구조가 있어서 조건에 동의한 디자이너에게만 업무가 전달되고 동의 이력이 업무에 남습니다. 납품 시점에 “원본은 안 드린다”는 말이 나올 여지 자체가 줄어드는 셈이죠.
한두 시간 안에 나가는 퀵 이미지 서비스도 소스 파일을 기본으로 줍니다. AI, PSD, Figma 중에서 원하는 형식을 고르면 됩니다.
이미 얘기가 틀어졌다면
납품이 끝난 뒤에 이 문제가 터졌다면 순서를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감정이 앞서면 받을 수 있던 것도 못 받습니다.
먼저 견적서와 요청서를 다시 읽어 보세요. 원본 인도가 적혀 있다면 이건 협상이 아니라 이행 요구입니다. 반대로 어디에도 없다면 상대가 약속을 어긴 건 아닙니다. 서로 다른 걸 가정하고 있었던 거죠.
적혀 있지 않았다면 추가 비용으로 협의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원래 줘야 하는 것 아니냐”로 시작하면 대화가 길어지지만, 원본 인도를 추가하면 얼마인지 묻는 걸로 시작하면 대체로 견적이 돌아옵니다.
받기로 했다면 유료 폰트와 스톡 이미지의 승계 범위를 함께 확인하세요. 파일을 받는 것과 그 안의 소스를 계속 쓸 권리는 별개입니다. 이 부분은 사안마다 달라서 실제 판단은 회사 법무나 계약 담당자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관행상 드문 일은 아닙니다. 원본 인도는 완성본에 자동으로 딸려 오는 부속물이 아니라 견적 범위에 넣는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못 준다가 정해진 규칙인 것도 아니에요. 요청 단계에서 조건으로 명시하면 대부분 조율됩니다. 플로우웍스는 업무 요청서에 원본 파일 형태를 지정하는 칸이 있고 7,934건의 업무에 이 조건이 지정돼 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고 견적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원본이 포함된다는 전제로 낸 견적이면 추가 비용이 없고, 완성본 기준으로 낸 견적이면 추가 항목이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납품이 끝난 뒤에 요청하면 비용 협의가 붙는 경우가 많으니 처음 요청할 때 조건에 넣는 편이 결과적으로 쌉니다.
파일에 쓰인 폰트가 내 컴퓨터에 없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폰트 이름을 확인해 같은 폰트를 설치하면 대부분 복구됩니다. 유료 폰트라면 설치 전에 우리 쪽에 사용 권리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고요. 텍스트가 아예 도형으로 바뀌어 있다면 폰트를 설치해도 수정되지 않으니 요청서에 텍스트 레이어를 살린 상태로 달라고 적어 두세요.
피그마는 파일을 건네는 방식이 여러 가지라 받았다는 말이 서로 다른 뜻이 될 수 있습니다. 링크 뷰 권한, 편집 권한, 파일 복제본, 우리 팀으로 넘기는 소유권 이전이 전부 다르거든요. 사내 자산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면 우리 팀 파일로 옮겨 받는 형태까지 요청서에 적는 게 확실합니다.



